해변 암반위에 진흙 둑 쌓아 소금농사
(19)제주 구엄리 돌염전
구엄 마을은 북제주군 애월읍 구엄리에 속하는 지역으로 오래 전부터 소금을 생산해 오던 곳이다. 비가 오면 밭에 물이 고이는 곳이라 농사짓기에는 부적합해 마을 포구에 발달된 암반에 소금을 생산, 생계를 유지하게 됐다.
이곳에서 생산됐던 돌소금은 넓적하고 알갱이가 굵으며 맛과 색도 뛰어나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1950년대 이전까지도 이 마을 사람들이 소금을 팔러 다닌다 하여 주변 마을에서는 구엄 마을을 ‘엄쟁이’라 불렀다.sizeX) {Rate=this.width/sizeX;if(Rate>0) {this.width=sizeX;this.height=this.height/Rate;}}" align=middle>
# 빌레뜨르(암반지대)의 소금밭
제주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해안에 퇴적된 모래를 활용해 소금을 생산했던 반면 구엄 마을에서는 암석 해안의 암반(현지에서는 ‘빌레뜨르’라 함)을 활용, 해수를 직접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했다. 지리학적으로는 파식대에 해당하는 이 암반지대의 길이는 500m이고 폭은 가장 긴 곳이 50m에 이른다.
돌소금을 생산하는 암반은 개인소유로 상속되어져 왔으며 가구당 소유면적은 대략 66~99㎡(20~30평)이었다. 개인소유의 경계선은 자연적 절리선으로 결정됐고 각 가구가 소유하던 암반은 10~13개로 소금생산과정에서 염분농도에 따라 그 용도가 달라진다. 10~13개의 암반 중에 표면이 가장 매끈한 1~2개가 최종단계 ‘소금돌’로 이용됐다.
# 구엄 마을의 돌소금 만들기
① 돌 염전(호겡이) 만들기
음력 5월 중순~하순에 암반의 흙먼지 및 각종 오물을 제거하고, 바닥의 구멍을 진흙으로 막아 누수방지를 한다. 주변 마을의 논에서 채취한 찰기 높은 진흙으로 암반 위에 둑 쌓기를 해 증발지(현지에서는 ‘호겡이’라 함)를 완성한다.
② 함수(=곤물) 만들기
증발지가 해수면보다 높으므로 양동이를 사용해 해수를 호갱이에 채운다. 10~13개의 증발지의 해수가 염분의 농도가 높아지면, 이를 4~5개의 증발지로 이동시키고 시간이 경과하면 2~3개로, 마지막으로 1개의 증발지로 모은다. 염도가 높아진 함수(현지에서는 ‘곤물’이라 함)는 계란을 띄워 농도를 확인한 후 함수통(현지에서는 ‘물혹’이라 함)에 보관한다.
③ 돌소금 완성하기
일조량이 많은 날에 충분한 염도를 갖춘 함수를 소금돌에 약 3cm의 높이로 채운다. 3~4일 태양열로 증발시켜 돌소금을 완성한다. 생산량은 4.95~6.6㎡의 ‘소금돌’에서 2~2.5말 정도였다 한다.
# 겨울철에는 전오염 생산
전오염이란 바닷물의 염도를 높인 후 끊여서 얻는 소금을 말한다. 구엄 마을에서는 평소에는 암반 위에서 돌소금을 만들다가, 돌소금을 생산하지 않는 겨울(12~2월경)에는 전오염을 생산하기도 하였다.
전오염 생산에는 많은 연료가 필요했기 때문에 연료 확보가 매우 중요했고, 때문에 전오염 생산 가구에서는 개인 소유의 임야와 마을 공동 소유의 임야로부터 연료를 확보했다.
대개 세말들이 무쇠 솥에 함수를 넣고 12시간 정도 가열해 소금을 얻었다.
# 소금 장수 ‘엄쟁이’
소금은 가치가 높은 생산물이다. 이런 까닭에 제주도에서는 소금 외에 고농도의 함수도 두부 공장, 간장 공장에 판매되거나, 중산간 지역의 장작과 교환되기도 했다. 돌소금의 판매 시기는 일정하지 않으나 장 담그기나 김장철인 11월 중순에서 12월 하순 사이에 주로 판매됐다.
돌소금 수요 농가가 직접 구엄 마을로 찾아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판매하는 마을까지 등짐을 지거나 소나 말을 이용해 운반했다. 많은 양의 소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소를 사육, 우력(牛力)을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소금은 금전수수에 의한 판매보다는 물물교환의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1950년 전후의 소금과 농산물의 교환 비율을 보면, 보리 두되에 소금 세되였다. 구엄 마을의 돌소금이 판매되던 마을은 중산간 지역의 밭농사 지역이다. 이는 외국이나 반도부의 소금 판매에서도 나타나는 전형적인 형태로 소금 생산지인 해안지방에서 내륙지방으로 연결되는 판매 경로이다.
# 생산중지와 다시 찾는 구엄리 돌 염전
교통이 발달하면서 반도부의 서남해안에서 생산된 천일염과 외국의 수입염이 제주도에 쉽게 들어오게 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서도 필요한 양의 소금을 염가로 구입할 수 있게 됐고 소금 생산량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1950년 전후로 구엄 마을의 돌소금 생산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구엄 마을은 돌소금 생산이 중단된 이후 큰 경제적인 변화 없이 지내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품작물의 도입으로 대단위 영농 형태로 성장하게 됐다. 이러한 경제적 성장과 함께 인구증가로 인해 아파트 단지도 급속히 건설됐고, 제주관광정책의 활성화로 구엄 마을을 경유하는 새로운 해안도로도 건설됐다. 또 새로운 제주관광자원을 찾으면서 과거유산에 대한 복원사업이 군단위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1996년 어촌계와 북제주군의 지원으로 구엄 마을 돌소금 생산지의 일부가 복원된 것이다. 어촌계에서 돌소금 생산지의 복원과 함께 직접 돌소금을 생산해 관광객에게 판매하려 했으나, 생산 노동력 확보가 어렵고 잦은 해수의 범람으로 돌염전은 현재 관리가 소홀한 상태로 있다. 그러나 제주시에서는 2009년 어촌체험마을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구엄 마을에 총 4억7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돌염전과 판매시설 및 테마공원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제주시로부터의 좋은 접근성과 아름다운 해안경관으로 인해 구엄 마을은 제주 주민의 삶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찾는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재병·부평정보고 교사
*Tip 전오염과 천일염
▲ 전오염 : 크게 채함 과정과 전오 과정으로 구분된다.
채함 과정은 염전에서 짠 흙을 만든 후 이를 염정(鹽井)에 넣어서 짠물로 받는 과정이다. 전오 과정은 짠물을 염막으로 운반한 뒤 가마에 끊여서 소금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전오 과정에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 천일염 : 바람과 햇볕을 이용해 소금을 생산한다. 넓은 염전을 필요로 하는데, 이 염전에서 해수를 증발시켜 농축함으로써 고농도의 함수(鹹水)를 제조하고, 결정지면(結晶池面)에서 소금을 결정시키는 것이다.
자연력을 이용하므로 연료비, 인건비가 절감되나 저수지·증발지·결정지를 설치하려면 넓은 개활지가 필요하고 자연건조를 해야 하므로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 교통편
제주시에서 서쪽 일주도로를 타고 가다가 하귀-애월 해안도로로 진입하면 구엄포구에 도착한다.
인천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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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5 19:4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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