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신문(전 근무지)

한해에 두달 얼굴익히기 소비

이경식 2009. 4. 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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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에 두달 얼굴익히기 소비

사립유치원 과밀학급·교사이직 심각

“비교적 사회성이 갖춰진 만 5세아도 새로운 교사에게 적응하는데 한달이 걸립니다. 교사 입장에서도 아이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합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사립 유치원 교사들의 잦은 이직이 학생은 물론 학부모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립 유치원의 과밀학급도 유아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인천지역 일부 사립 유치원의 해임 교사 가운데 근무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한 경우 46.2%에 달했다. 사립 유치원 가운데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유치원도 19.8%를 차지했다. 사립 유치원은 현재 유아교육의 출발점인 유치원의 대부분(취원생 기준 83.3%)을 점유하고 있다.

교사들의 잦은 이직은 학생들이 유치원에 적응하고, 유아교육과정을 소화하는데 악영향을 끼친다. 만 5세아들이 새로운 교사에게 적응하는데 평균 한달 정도가걸린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감안하면 연간 180~220일로 짜여지는 교육과정의 13.6~16.6%가 적응기간으로 버려지는 셈이다. 1년에 2차례 교사가 이직한다면 교육과정의 30% 가량이 소모된다.

교사들이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해 교육과정을 적용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학급당 학생 수가 과밀한 일부 유치원은 교사 1인당 30~40명의 학생들을 돌봐야 한다. 교사들이 학기중에 바뀔 경우 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해 지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실제 6학급으로 운영하고 있는 A유치원은 지난 2006년 이후 해임한 교사 17명 가운데 23.5%(4명)가 학기 중인 지난해 4~6월 사이에 해임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학급이 학기 중에 담임 교사를 교체해야 했다.

사립 유치원의 높은 교사 이직률과 과밀학급 문제 뿐만 아니라 일부 유치원장의 편법 행위도 열악한 교육환경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치원과 함께 어린이집, 학원 등을 함께 운영하는 일부 유치원장들이 유치원 교사를 학원 강사로 활용하면서 교육당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챙기는 사례도 드물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치원으로 투입되야 하는 지원금의 일부가 어린이집이나 학원으로 돌아가면서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는 실정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사립 유치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에 앞서 유치원장 개인 통장으로 관리하는 유치원 회계를 투명화하는 작업을 우선해야 한다”며 “유아교육 의무화에 대비한 공립(병설 포함) 유치원 증설과 사립 유치원에 대한 지원 확대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 유치원의 높은 이직률 등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고, 이에 따라 사립 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지난 2007년 267억원에서 지난해 280억원으로 늘리는 한편 올해부터 사립 유치원 교사들에게 담임 수당으로 11만원씩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i-today.co.kr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04-19 1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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