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복원 ‘굴포천’ 변심했나
자전거도로·가로등 추진 철새 등 접근 방해
부평구가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된 굴포천에 자전거도로 등을 추진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천시와 사전 협의도 없었던 것은 물론 전문가들의 자문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권을 구로 이관한 시는 현황 파악을 벌이는 한편 시하천살리기추진단 역시 ‘하천법’ 위반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나섰다.
▲누구 마음대로 자전거도로를 추진하나=부평구는 지난 1월부터 굴포천변 인근에 지정됐던 일부 산책로 1.8㎞ 구간에 대해 자전거도로를 추진하고 있다. 구는 6억8천만원을 들여 오는 7월말 완공할 계획이다. 구는 이 과정에서 서부1교∼2교 사이에 심은 지 3년 된 철쭉꽃(중앙녹지대 800m 구간)을 폐기처리했다.
구는 시 자연형 하천 조성 관련부서와 하천살리기 추진단과 협의 없이 자전거도로 사업 등을 추진해 당초 자연형 하천의 설계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구는 자전거도로를 중심으로 조명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의 야간활동 편의를 위해 2억9천여만원을 들여 갈산동 구간에 노후 보행등 16개를 철거하고 대신 21개를 설치했다. 또 삼산동 구간엔 15개 조명등을 새로 설치했다.
이에 대해 시 관련 부서와 추진단은 반발하고 나섰다.
가로등을 설치할 경우 철새 등의 접근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도 이미 전문가에게 이 같은 자문을 받은 바 있다. 추진단은 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자전거도로나 가로등 설치 등은 하천법 위반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법규 등 검토를 벌이고 있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과 구의원 등이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추진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불법 경작, 시설물 관리 어디로=굴포천 관리도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맹꽁이 서식지로 알려진 굴포천 삼각주와 하천의 끝부분인 삼산4교 하류 쪽에는 콩과 호박이 경작되고 있다.
또한 식생호안공법으로 사용된 코이어네트는 다수가 파손된 실정이다. 잉어가 발견됨에 따라 일부 주민들의 낚시도구로 사용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호안에 촘촘히 심어졌던 물억새와 저수호안에 있던 갯버들도 다수 훼손된 채 발견됐다.
뿐만 아니다. 일부 고수부지는 관리가 미비한 탓에 산책로로 변모된 상태고, 구가 호안에 우수배관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코이어네트가 훼손되는 등 호안에 있던 식물들이 파손됐다.
굴포천이 자연형 하천으로 변모된 지 6개월여 만의 모습이다. 이를 복원하기 위해선 또 다른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고, 생태계 회복도 더욱 요원해졌다는 게 추진단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재 관리를 맡고 있는 구에 ‘관리메뉴얼’을 작성하거나 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가 지난 3월 용역을 마친 ‘굴포천일원 활용방안연구’에 따라 또 다른 시설물을 추진하고 나설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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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5 21:36:59 |